인터넷에다가 끄적거리는 것을 한참 꺼릴 때
나는 마음에 드는 노트나 스케치북을 보면 사 모은 다음에
책장에 두었다. 그러다가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일이 있을 때
그중 하나를 골라 갈겨 쓰기도 하였다.
지금 사는 이 곳을 나답게 한번 꾸며보자하며
아껴두었던 빨간색 인도노트를 화장실 책꽂이에
껴 두었다. 책꽂이라 해보았자 책 두 세권 들어갈
곳이지만 화장실이야 말로 아이디어의 원천 아닐까
혹시하는 마음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
큰일을 보면서 개시해 볼까 한 일년반전
첫장에 레스트룸북이라며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두번째
장을 폈을 때이다
아뿔싸
이노트는 이미 전에 한번 사용되었던 것이다
그런데 하필이면 그것이 대학을 졸업했을 때
쓰여 있던 글귀였다
두번째장의 글귀는 이것이었다.
*졸업이후 너의 심정은-
뭐냐 (장의 윗쪽 중간에)
당황스럽다
놀고싶다
(장의 밑 그리고 거꾸로 써있다)
지금 그 일이 생각나는 이유는
그 빨간책이 화장실이 아닌 파이브의 책상위에
있기 때문이다. 바로 내 옆에.
그런데 어쩜 그 글귀가 나의
지금 이 상황을 대변하는지.
나는 웃었다
어쩌면 이리도 나란 인간의 마음은
대학졸업이나 대학원 졸업이나 다를 것인지.
물론 대학원을 간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
언젠가는 내게 도움이 되겠지만
사실 지금 당장 살아가는 데
어떤 도움이 눈에 띄게 있는 것은 아니다
나는 그닥 학구적인 타입도 아니고
그저 혼자 노는 것에 좀 많이라고도 할 수 있게 심취되어
있고, 생각하는 방식도 어쩔 때는 너무...
흠
일이 들어오는 것이 있으면
디자인이고 그림이고 한다
사람들은 그것을 프리랜서라고 한다
하지만
암튼 나는 당황스럽다는 것이다
지금은 졸업 후 한 두달간 신나게 놀았다
이제 슬슬 또 다른 시작을
해야할 시간인데
뭐지 이 무감흥은...?
Monday, August 10, 2009
Subscribe to:
Comments (Atom)